OTT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영화산업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영화와 미디어 콘텐츠의 배급과 그 유통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영화의 경우 배급은 전통적인 극장을 통해 이루어지던 관행이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의 OTT 플랫폼으로 점차 그 영역이 바뀌고 있다. 향후 OTT 플랫폼 서비스 시장은 더욱 급속히 확대되고 성장할 전망이다. 요즘 젊은 관객들은 극장에 가서 개별 영화당 12,000원여의 금액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 대신 월별 15,000여 원을 지불하고 보고 싶은 영화나 미디어 콘텐츠를 마음껏 검색해 보기를 원한다. 극장에서도 월 일정액을 지불하고 같은 체인에 개봉한 모든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리패스 서비스’를 일찍이 고민해 왔다. 프 랑스에서는 2000년 초부터 고몽을 비롯한 MK2 같은 대형 영화 배급사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고정적인 관객을 수용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이런 극장 운영 방식을 도입하려 수년째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실행되고 있지는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영화산업의 병폐인 ‘수직적 통합 시스템’에 있다. 영화의 투자와 배급, 극장까지 독식하고 있는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확고하고 전통 적인 수익구조를 ‘프리패스 서비스’로 일부러 하향 조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 영화산업의 모든 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다. 국내 대부분의 영화인과 제작사는 대기업의 투자 구조에 잠식되어 있고 대기업을 벗어나 만든 영화들은 극장 개봉조차 요원한 것이 국내 영화산업의 현실이다.

     

    OTT 플랫폼의 성장에 따른 영화 산업의 변화 썸네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극장 산업의 몰락은 이 견고한 수직적 통합의 구조를 균열 시 켜놓고 있다. 이제 영화산업은 메이저와 마이너가 이어오던 다양성 싸움의 전개보다는 OTT 플랫폼 서비스와의 시장 다툼과 경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미디어 콘텐츠 및 영화의 제작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고 영화 제작의 새로운 방식들이 실험되고 있다.

     

     

    ▶ 숏폼 콘텐츠

     

    러닝타임의 구분에 있어 20분 미만의 짧은 시간 단위로 소비되는 영상 콘텐츠 형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웹 드라마나 짧은 모바일 영상을 숏폼 콘텐츠라고 부른다. 영화나 방송의 미디어 콘텐츠를 주요 공급 영상으로 제공하던 전 세계 OTT 플랫폼들이 15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눈과 귀에 즉각적으로 들어오는 중독성 있는 짧은 콘텐츠에 젊은 구독자들이 열광하고 있으며 출퇴근 시간, 이동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의 구독자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삼고 있다.

     

    영화, 리얼 예능, 뉴스·스포츠 등의 세 종류의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으며 주로 4~1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갖는 숏폼 콘텐츠들이 대부분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시리즈에 숏폼 콘텐츠를 정식 편성하여 1회당 러닝타임 15-20분의 시리즈의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셜>, <잇츠 브루노>라는 작품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OTT 플랫폼 틱톡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최근 선보인 대표적인 숏 폼콘텐츠이다. 뮤지션 지코가 자신의 신곡을 독특한 안무와 함께 공개한 콘텐츠가 폭발 적으로 태그 되면서 따라하기 열풍으로 이어진 사례이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조회수가 무려 8억 회를 돌파한 콘텐츠이다.

     

    틱톡을 비롯한 여러 OTT 플랫폼들이 개인방송 기반의 미디어 콘텐츠를 수용하고 있다면 다음의 카카오 TV는 올해 8월 25일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드라마 시리즈 타입의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영화 <인어공주>, <해어화>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14부작 숏폼 콘텐츠인 이 대표적인 작품이 다. 편당 러닝타임이 7분에서 12분 사이인 드라마 시리즈로 구성된 다음카카오 오리지널 시리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도 교차 플랫폼 사용이 가능한 숏폼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총 189억 원을 편성, 고품질 우수 방송콘텐츠 기획·제작·해외 유통 등을 지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내의 대표적 웹드라마 제작사인 와이낫 미디어의 이민석 대표는 숏폼 영상 제작은 전통적인 TV 콘텐츠 제작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TV 드라마는 긴 시간 방영돼야 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송출에 따른 ‘플랫폼 원가’가 높다.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매출도 커질 수 있지만 매출 이 작을 때 리스크도 따른다. 여러모로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는 콘텐츠이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보장된 플레이어(연출, 작가, 배우)가 적어서 그 단가 또한 높다. 이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승자독식이 되고 승자의 회소성 때문에 ‘단가’가 계속 높아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숏폼 웹드라마는 이와 반대다. 제작 능력만 된다면 로우 리스크로 결과물을 빨리 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TV에서 방영되는 숏폼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처럼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온라인 영화제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하는 전주 국제영화제는 코로나 19 사태의 영향으로 영화제를 전면 온라인으로 변경하여 개최하였다. 한국경쟁부문의 작품에만 무관객 극장 상영을 개최하고 나머지 초청 작품들은 모두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하였다. 국내의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가 영화제 초청작 96편을 온라인으로 상영하였고 이러한 영화제 개최 방식은 국내 최초에 해당되었다. 전주 국제영화제의 온라인 상영에 이어 7월에 개최 예정인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또한 영화제 초청작품의 온라인 상영을 결정하였다. 영화제의 개최 방식은 전주 국제영화제의 형식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국제영화제들도 이미 영화제 개최를 포기했거나 온라인 영화제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전 세계 최대 국제영화제인 프랑스 칸영화제는 이미 올해 영화제 개최를 전면 취소하였고 이탈리아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또한 온라인 영화제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영화제들의 이와 같은 현상은 코로나 19 사태로 극장에서의 영화 상영이 위축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OTT 플랫폼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없었다면 영화제들의 이러한 온라인 상영 방식에 대한 결정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 또한 OTT 플랫폼의 성장에 따른 영화산업의 변화로 볼 수 있다.

     

     

    ▶ 영화감독들의 OTT 플랫폼으로의 이동

     

    OTT 열풍으로 인한 영화 제작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인 영화감독들의 OTT 플랫폼 행이다. 영화계에서 산업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감독들인 데이비드 핀처, 알폰소 쿠아론, 봉준호, 마틴 스콜세지, 노아 바움벡 등이 OTT 플랫폼의 제작비로 드라마 시리즈 또는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총제작을 맡고 부분 에피소드를 연출한 <마인드 헌터> 같은 시리즈가 한 사례일 수 있다. 또 작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센세 이션을 일으킨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도 그런 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전 세계 팬들을 만났다. 전작 <설국열차>에서 제작자가 편집 권 한을 좌지우지하는 할리우드의 전통적 관습에 학을 뗀 봉준호 감독이 많은 권한을 크리에이터에게 부여하는 넷플릭스의 투자 및 제작 시스템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부분이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과 같은 OTT 서비스의 투자 방식은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으나 많은 부분을 창작자에게 일임하는 자유로운 계약 방식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거절당했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는 그만의 색채로 OTT 서비스 시청자와 한 편의 걸작으로 만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영화의 명장 마틴 스코세이지 연출,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주연의 <아이 리시 맨>을 공개했다. 예전 같았으면 100% 투자가 되었을 그의 영화조차 스튜디오에서 거부당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마틴 스코세이지의 전성시대에 만들어졌던 <좋은 친구들>(1991) 풍의 작품을 다시금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해외에서는 OTT 플랫폼이 수많은 감독들의 영화 및 시리즈에 눈독을 들이고, 동시에 감독들 역시 그 흐름에 자연스레 동반하며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OTT 플랫폼 속으로 명망 있는 감독들이 시리즈 연출자로 편입되는 흐름 이 명확하게 감지된다. 꽤 인기 있는 (동시대의 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감독들이 좋은 각본과 좋은 배우, 또 좋은 기획력을 가진 작품으로 OTT 서비스 기반 드라마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는 말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영화감독 최초의 시리즈 연출이자, 세계적으로도 신드롬을 일으킨 <킹덤>이 아마 첫 사례로 꼽힐 것이다. <킹덤>은 <워킹데드> 같은 좀비 호러물의 한국 버전이다. 주지훈, 배두나 등의 인기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섰고, 연출은 영화 <터널>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김성훈 감독이 맡았다. 물론 인기 작가 김은희의 유명세도 가세한 덕이지만 김성훈 감독의 <킹덤>은 곧장 시즌2 제작에 돌입하며, 넷플릭스 코리아의 킬러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이미 꽤 많은 감독들이 넷플릭스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미스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 또한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를 연출한다. 웹툰이 원작인 <보건교사 안은영> 은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로 넷플릭스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거울>, <개를 훔 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 또한 넷플릭스의 드라마인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를 연출하고 있으며 영화 <남한산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도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듯 충무로의 영화감독들이 OTT 플랫폼의 작품으로 영화 제작의 방식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OTT가 가지는 자율성에 있다. OTT 플랫폼들이 직접 투자하고 제작하여 공개할 작품에 대한 선정을 할 때 그 기준은 전통적인 영화산업 내에서의 기존의 기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영화산업에서의 그 기준은 바로 ‘극장에서 흥행이 될 것인가’이다. 이제까지 모든 영화의 제작비 투자 기준은 영화의 흥행성에 달려 있었다.

     

    이 시점에서 ‘창작자의 자율성 보장이야말로 어쩌면 많은 감독들이 OTT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가장 주요한 장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전통적으로 영화 및 TV 시리즈는 투자 및 배급 시스템의 영향력 아래에 억눌려 있던 콘텐츠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 사업자들은 영화의 박스오피스, TV의 시청률처럼 완벽한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창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작품이, 시쳇말로 망했는지 흥했는지를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만일 후속작 제작 확정을 받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망한 걸로 예상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창작자 입장에서는 수치적 부담을 많이 줄이고, 오롯이 자신의 창작에 더 집중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관객의 흥행이 중심이 되는 기존 영화산업의 제작비 투자는 투자자의 작품 내 간섭을 유발하는 큰 단점이 있다. 창작자들은 투자자들의 논리로 흥행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간섭받고 훼손받는다. 이러한 간섭은 촬영 단계 및 편집, 후반 작업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최악의 경우에는 영화의 감독이나 스탶이 교체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창작자들은 작품의 표현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투자 자의 입맛대로 영화를 완성시켜야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부담감은 OTT 플랫폼에서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광고권이나 시청률, 흥행성 등 향후 작품의 성패에 불안해하며 작품을 만들지는 않게 된다. OTT 시장에서는 이미 창작자 본인의 연출력과 원작 및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그 작품의 선정 기준이 되어 작품 제 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OTT 플랫폼에서는 작품의 제작이 결정되어 공개하면 끝이고 전통적인 영화산업에서는 제작하고 개봉해서 흥행이 안 되면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흥행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투자를 지금까지의 영화산업에서는 망한 것으로 규정해왔다.

     

    그래서 OTT 플랫폼 제작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창작자들에게 그 부담감을 한결 가볍게 느끼게 한다. 이렇게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긍정적 분위기의 제작 방향은 한 동안 전통적 영화산업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영화감독들의 OTT 플랫폼 행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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